기념품으로 라면을 산다”…외국인의 한국 편의점
과자와 바나나맛 우유만 사던 시대 지나…라면·김 스낵 등 한국의 맛을 담은 식품 인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목록에서 편의점 식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바나나맛 우유나 유명 초콜릿, 과자처럼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제품이 대표적인 한국 여행 기념품으로 꼽혔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한국에서 직접 먹어본 음식과 비슷한 맛을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라면과 김 스낵,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한 과자 등이 여행객들의 장바구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편의점은 김밥과 라면부터 음료와 과자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어 외국인에게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관광객에게 편의점은 ‘한국 음식 체험장’이 됐다

한국인에게 편의점은 가까운 곳에서 간단한 식사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익숙한 공간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에서 평소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도시락과 김밥, 컵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이 한 매장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문 음식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처음 보는 제품도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의 편의점 이용이 늘고 있다는 점은 결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CU의 해외 결제수단 결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증가했다. GS25 역시 같은 기간 외국인 간편결제 매출이 7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전국 모든 편의점의 평균이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점포를 포함한 업계 자료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역국라면이 외국인 장바구니에 등장한 이유

외국인의 라면 선택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한국 라면을 떠올리면 강한 매운맛을 먼저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관광 상권에서는 미역국을 연상시키는 제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외국인 판매 자료에서는 미역국라면이 2026년 초 외국인 구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역점이라는 특성상 이 결과를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성향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의 특징을 담은 라면이 여행 기념품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역국은 한국인에게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도 익숙하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단순한 즉석식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경험한 음식 문화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매운맛보다 ‘한국에서 먹어본 맛’을 찾는다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모두 강한 매운맛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여행 중 먹었던 국물이나 김, 마늘, 고추 등의 풍미를 다른 형태로 경험하려는 소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부각과 김 스낵이다.
김은 한국 식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독특한 향과 바삭한 식감을 가진 간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에 마늘이나 청양고추 등을 활용한 과자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음식 특유의 풍미를 간편한 스낵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제품도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여행 기념품으로도 적합하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보관이 편하며 여러 개를 구입해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을 집에서도 다시 만난다
여행객의 식품 구매에는 ‘기억’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식당을 방문해 처음 먹어본 음식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맛을 가진 가공식품은 가져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먹은 국물 음식이 인상적이었다면 관련 라면을 구입할 수 있고, 김의 맛이 마음에 들었다면 김 스낵이나 김부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식품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여행 경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의 맛을 귀국 후 다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본 편의점 음식도 직접 찾아 나선다
유튜브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점 쇼핑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는 장면을 접한 뒤 실제 한국에 방문해 같은 음식을 찾아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뿐 아니라 전자레인지나 즉석조리기를 이용해 먹는 방법까지 영상으로 공유되고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과 별개로 한국의 편의점에서 직접 음식을 고르고 조리해 먹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되는 셈이다.
특히 짧은 영상에서 화제가 된 제품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로운 ‘한국 여행 필수품’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K라면 열풍이 국내 편의점에도 이어진다
해외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관광객들의 소비와 무관하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라면 수출액은 1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1.9% 증가한 규모다.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라면 수출액도 6억166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늘었다.
해외에서 이미 한국 라면을 경험한 소비자라면 한국 여행 중 더 다양한 제품을 찾아볼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판매되지 않거나 쉽게 찾기 어려운 제품을 한국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다.
다만 라면 수출 증가와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구매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두 현상은 각각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고가 기념품 대신 부담 없이 여러 개 산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는 외래객의 쇼핑에서 구매 횟수가 늘어나는 한편 한 번 구매할 때 사용하는 금액은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런 소비 형태에서는 라면이나 과자처럼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식품이 잘 맞는다.
몇 가지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주기도 쉽다.
무엇보다 꼭 비싼 기념품을 사지 않아도 한국 여행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과 비슷한 제품이라면 귀국 후에도 여행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장바구니가 한국의 일상을 담기 시작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편의점의 역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음료나 간식을 구입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맛 우유와 유명 과자처럼 기존 인기 상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옆에 미역국라면과 김부각, 마늘이나 청양고추를 활용한 간식 등 한국적인 맛을 가진 제품들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편의점에서 가져가는 것은 단순한 식품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직접 먹어보고 경험했던 ‘일상의 맛’을 여행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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